제1장
서설요는 문밖에서 방 안에서 새어 나오는 음란한 소리를 들으며 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여기는 그녀의 신혼집이었다. 그녀와 임시원의 신혼집.
방 안의 모든 물건은 그녀가 정성껏 골랐고, 모든 장식은 그녀가 몇 번이고 고심 끝에 결정한 것이었다.
안에 있는 저 신혼 침대는 어제 막 배송된 것이었다.
내일은 바로 그들의 결혼식이었다.
그런데 오늘, 그녀의 약혼자가 그들의 신혼 침대 위에서 다른 여자와 정사를 벌이고 있었다!
옷가지가 문 앞부터 침실까지 널브러져 있었고, 미처 꽉 닫히지 않은 방문 틈으로 침대 위에서 뒤엉킨 두 사람이 선명하게 보였다!
“당신 약혼자가 자고 있는 건 내 여자친구입니다.”
그녀의 등 뒤에 키가 큰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마치 밤하늘의 매처럼 차갑고 외로우면서도 사람을 압도하는 기세가 있었다.
“저… 저도 피해자예요.”
서설요는 정신을 차리고 억울함에 눈시울을 붉혔다.
벽에는 아직 그녀와 임시원의 웨딩 사진이 걸려 있었고, 결혼식장도 다 예약해 둔 상태였다. 지금 그녀는 그 누구보다 비참했다.
“설요?”
임시원은 드디어 문 앞에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혼비백산하여 여자에게서 허둥지둥 내려왔다.
여자는 오히려 아주 태연했다. 이불을 끌어다 몸을 가렸을 뿐, ‘남자친구’에게 현장을 들킨 기색은 전혀 없었다.
“설요야, 내 설명 좀 들어봐.”
임시원은 침대 시트를 뜯어 몸을 감싸고는, 얼굴이 벌게진 채 다급하게 다가와 말했다.
서설요는 그를 쳐다보았다. 분명 자신과 곧 결혼할 남자인데, 이 순간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먼저 임시원의 뺨을 후려쳤다.
“좋아, 설명해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냥 침대가 쓸 만한지 시험해 보려다가, 순간 참지 못해서….”
서설요는 할 말을 잃었다.
차라리 강제로 당했다거나, 약에 취했다고 말했다면 그녀는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와서 침대가 쓸 만한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고?
“임시원,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임시원은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창피함이 분노로 변해 소리쳤다. “그래, 나 바람피웠어, 그래서 뭐? 다 너 때문이잖아! 결혼 준비하면서 고고한 척은 다 하고, 겨우 손만 잡게 해주고 키스도 안 해주잖아. 초등학생 연애하는 줄 알아? 난 남자라고, 나도 욕구 해소가 필요해. 네가 안 해주니까 당연히 다른 여자랑 풀 수밖에 없지.”
“그래서, 네가 바람피운 게 전부 내 잘못이라는 거야?”
그녀는 임시원이 이렇게까지 파렴치할 줄은 몰랐다. 반성은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떠넘기다니.
화가 나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머릿속은 하얘졌으며, 눈물이 눈가에 핑 돌았다.
“당연히 네 잘못이지. 네가 진작에 나랑 잤으면, 내가 다른 여자랑 함부로 뒹굴었겠어?” 임시원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잠시 후, 그는 다시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달랬다. “설요야, 내일이면 결혼식이잖아. 이 일은 그냥 없었던 걸로 하자. 너도 할머니 실망시켜 드리고 싶진 않지? 할머니께서 네 결혼만 손꼽아 기다리셨는데, 네가 갑자기 결혼식을 취소하면 분명 걱정하실 거야.”
“네 말이 맞아.” 서설요는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 “할머니께서 나 때문에 걱정하시게 할 순 없지. 그러니까… 결혼식은 취소할 수 없어.”
임시원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서설요 같은 여자는 구슬리기 가장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랑 결혼합시다.”
등 뒤의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실로 놀라운 말이었다!
서설요는 충격받아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조각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수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굉장히 잘생겼다.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세요?”
“농담인지 아닌지는, 해보면 알겠죠.”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넌 누구야? 이 여잔 내 여자야.”
임시원이 길길이 날뛰며 손을 뻗어 그들을 떼어놓으려 했다.
하지만 남자의 기세는 강경했다. 그는 손을 한 번 휘둘러 임시원을 뿌리치고는, 침대 위의 여자를 차갑게 힐끗 쳐다본 뒤 서설요를 끌고 그곳을 떠났다.
…………
한 시간 후, 두 사람은 구청 앞에 도착했다.
“신분증 가져왔습니까?” 남자가 물었다.
“항상 가지고 다녀요.” 서설요가 대답했다.
“좋은 습관이네요.”
남자는 칭찬하며 계속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금의 해안시는 한여름이었고, 오늘은 유난히 후텁지근했다!
차에서 내려 입구까지 걸어오는 짧은 거리에도 서설요의 이마에는 이미 땀이 얇게 배어 나왔다.
뺨도 발그레해져서 눈동자는 더욱 까맣고 반짝여 보였다.
남자가 잡은 그녀의 손은 길고 힘이 넘쳤다. 손끝은 묵직하고 안정적이어서 안심되는 힘과 온기를 전해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되고, 어색했다.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용기를 내어 남자의 손을 뿌리쳤다.
발그레한 작은 얼굴을 들어,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를 보며 불확실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저랑 결혼하실 거예요?”
“난 농담하는 거 안 좋아합니다.”
남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전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분명 당신도 저를 잘 모르실 거고요.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결혼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까 임시원 앞에서는 순간적인 분노에 휩쓸려 승낙해버렸다.
이제 와서 냉정을 되찾으니, 이건 아닌 것 같았고 남자에게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성은 고, 이름은 고명재입니다.” 남자는 자기소개를 한 뒤 말했다. “내일 결혼식, 나와 임시원 중에 누굴 선택하겠습니까?”
서설요는 속으로 ‘둘 다 선택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일 결혼식은 반드시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했다. 취소하면 할머니께서 걱정하실 테니, 그녀에게 제멋대로 굴 자격은 없었다.
“당신을 선택할게요.”
임시원의 배신을 떠올리자, 가슴속에 응어리가 치밀어 올랐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눈앞의 난관을 넘기고 싶을 뿐이었다.
비록… 고명재라는 이름이 어딘가 익숙해서,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짧은 시간 안에 그보다 더 적합한 사람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이 남자는 기품 있는 분위기에, 외모 또한 특히 수려하고 잘생겼다. 반면 자신은 그저 얼굴이 좀 예쁘장한 것 말고는 내세울 게 없으니, 그가 자신을 속일 필요도 없을 터였다.
혼인 신고 절차는 빨랐고, 두 사람은 금세 밖으로 나왔다.
다만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녀의 혼인 관계 증명서는 고명재가 가져가 버렸다.
“제가 가지고 있을게요!” 서설요가 돌려받으려 했다.
“내가 보관하죠.”
남자의 말투는 단호했고, 거절을 용납하지 않았다.
서설요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런 일로 그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
“아, 맞다. 내일 결혼식은….”
“그건 내가 처리하겠습니다.”
“아, 네.”
서설요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더러 집까지 모셔다드리라고 하죠.”
어느새 또 다른 차 한 대가 다가와 있었고, 운전기사가 길가에 서서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서설요는 그가 어디에 가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비록 혼인 신고는 했지만, 결국 아직 서먹한 사이니 너무 많이 묻는 것도 좋지 않을 터였다.
차에 올라탄 후 집 주소를 말하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 일을 가족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혼식 전날 신랑을 바꾸다니, 온 도시를 통틀어 자신이 아마 처음일 것이다.
